회차 1
어두컴컴한 방, 서하은은 남자의 몸 아래 깔린 채, 턱이 잡혔다. "말해, 누가 보냈어?"
"사람을 착각하신 것 같아요. 나는…"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서하은은 눈을 꼭 감았다. 술에 취한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졌다.
오늘 그녀는 새어머니의 거짓말에 속아 이곳에 왔다. 왕 이사와 계약을 성사시키면 오빠의 치료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한 후에야 그녀는 새 엄마가 그녀를 60대 노인 왕 이사의 세컨드로 만들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호텔 방에 갇힌 그녀는 왕 이사가 샤워하는 틈을 타 도망쳤고 빈방 앞에 숨었다. 바로 그때, 바로 눈앞의 남자가 그녀를 방으로 끌어 들이더니 바로 벽에 밀어붙였다.
그녀는 낯선 남자에게 순결을 빼앗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새벽, 서하은이 눈을 떴을 때, 옆자리에 있던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삭신이 쑤셨으나 그녀는 애써 참으며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방을 나섰다. 하지만 그녀는 목에 걸고 있던 호박 목걸이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몰랐다.
거실에 나오자마자, 훤칠한 남자의 뒷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어?"
서하은은 흠칫 몸을 떨었다.
어젯밤, 그녀는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뒷모습만 보았을 뿐인데 그에게서 풍기는 위압감과 고귀함이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에 2억이 들어있어. 돈을 받고 두번 다시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나지 마." 김신우의 말투에선 거절할 수 없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할머니가 나에게 여자를 보낸 건, 내가 결혼하길 바라는 것도 있지만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함 일거야.'
서하은은 허리를 곧게 펴고 반박했다. "저는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녀는 사랑 받지 못하는 서씨 가문의 큰 딸이긴 했으나 몸을 팔아 돈을 벌 정도는 아니었다.
김신우의 말투가 더욱 차갑게 식었다. "돈을 받고 피임약을 먹어. 어느 날 갑자기 사생아가 나타나 날 거슬리게 하는 일이 없도록."
"누가 낯선 남자의 아이를 낳고 싶대요? 저도 당신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요!" 서하은은 투덜거리며 테이블 위에 놓인 약을 먹었다.
그리고 동전 하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 "피임약 값이에요. 저도 당신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동전이 김신우의 발치에 떨어졌고 그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어 그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카드를 가져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서하은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곧바로 방을 나섰다.
그녀는 절대 몸을 팔아 돈을 벌 생각이 없었으나 지금 당장 돈이 필요했다.
그녀는 친구 김송이에게 돈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신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를 발견하고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밀당 하려는 건가?'
샤워를 마친 김신우가 방을 나서려 할 때, 이 비서가 호박색 목걸이를 들고 다가왔다. "김 대표님, 이거 대표님 목걸이에요? 호텔 직원이 청소하다 발견했어요."
무심코 고개를 든 김신우의 시선이 호박 목걸이에 고정되었다.
다음 순간, 그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수축되었다.
김신우의 까만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 "당장 어젯밤 그 여자를 찾아."
그의 지시에 이 비서는 곧바로 방을 나섰다.
서하은이 호텔을 나서자마자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까지 치료비를 내지 않으면 약을 중단할 겁니다.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를 일반 병실로 옮기면 코마 상태에 빠질 될 확률이 높습니다."
마음이 급했던 서하은은 눈시울을 붉혔다. "제발 30분만 기다려 주세요. 30분 안에 돈을 마련해서 병원에 갈게요. 제발 오빠를 살려주세요."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아 탄 그녀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김송이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조금 전에 2억을 받았어야 했는데... 오빠가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야.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고!'
다행히 김송이가 그녀에게 2억을 송금했고, 그녀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치료비를 지불했다. 하지만 의사는 2억으로는 단 일주일밖에 버틸 수 없다고 하며 매주 2억이 필요할 거라고 귀띔했다.
서하은은 마치 얼음 구덩이에 빠진 듯 몸이 얼어 붙었고 병원까지 쉬지 않고 달려와서 그런지 가슴에서부터 피 비린내가 솟구쳤다.
어젯밤 새 어머니에게 당한 걸 그녀는 아직 갚지도 못했다. 하지만 온몸이 쑤시는 지금, 그녀는 섣불리 새어머니를 찾아갈 수 없었다. 만약 새어머니가 또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끝장이니까.
그녀는 어떻게 새 어머니에게 복수를 해야 할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어떻게 오빠의 치료비를 마련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그때, 그녀의 휴대폰 알림음이 쉬지 않고 울렸다. 휴대폰을 확인하자 김송이가 그녀에게 카톡을 보내 제발 새엄마가 되어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하은 언니, 제발 부탁이야! 내 새 엄마가 되어줘. 난 악독한 새 엄마는 정말 싫어! 우리 아빠랑 결혼하면 넌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어! 네 오빠도 살릴 수 있을 거야!]
회차 2
서하은은 순간 멈칫하더니 바로 거절했다.
[나랑 네 아빠는 어울리지 않아.]
비록 그녀는 김송이의 아버지를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어찌됐건 둘 사이엔 꽤나 큰 나이 차이가 존재했다. 서하은은 올해 24살이고, 김송이는 20살이다. 대충 계산해 보아도 김송이의 아빠는 마흔이 넘었을 것이다.
김송이와 절친인 그녀는 돈 때문에 김송이의 아버지와 결혼할 수 없었다. 그건 김송이를 이용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그녀가 고민에 잠겨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 아가씨, 저희 대표님께서 아가씨와 협력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오세요. 저는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서하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쪽 대표님은 누구시죠?"
남자가 말했다. "어젯밤, 그분이세요. 지금 바로 내려오세요. 대표님께서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아가씨 오빠의 치료비 2억 원은 이미 아가씨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서하은은 깜짝 놀라 휴대폰을 확인했고, 계좌에 정말 2억 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두번 다시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돈을 준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다시 만나자고 하는 거지?'
이 비서가 재촉했다. "아가씨에게 남은 시간은 3분입니다. 3분 안에 내려오시면 2억 원을 추가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서하은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남자가 약속을 지키기를 바랐다.
30분 후, 서하은은 M 그룹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이 비서는 서하은을 데리고 화려한 사무실 문 앞에 멈춰 섰다.
그가 공손한 태도로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김 대표님, 서 아가씨가 도착했습니다."
"들어와." 김신우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사무실에 들어선 서하은은 책상 위에 놓인 명패를 발견했다. M 그룹 대표 김신우.
M 그룹은 전 세계 최고의 테크 회사로, 시가총액이 전 세계 5위 안에 드는 회사다. 그리고 회사 대표 김신우는 냉정하고 과감한 성격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서하은은 몰리 김신우를 쳐다봤고, 차갑고도 귀티 흐르는 남자의 얼굴을 발견했다.
어젯밤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확실히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순결을 가져간 사람이 60내 늙은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서하은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 "저를 왜 부른 거죠? 차용증을 쓰시게요?"
"계약 결혼을 제안하려고 불렀어." 김신우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오빠의 치료비로 쓸 돈이 필요 하다고 들었어. 돈은 내가 낼 테니까 넌 그저 우리 집 식구들을 잘 상대하면 돼."
서하은은 깜짝 놀랐다. "대표님 같은 신분이라면, 정략결혼 상대가 부족하지 않을 텐데요. 게다가 오늘 아침에는 저더러 두번 다시 대표님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녀는 남자에게 상처받은 적이 있다.
전 남친은 그녀와 약혼하기 전, 그녀의 전 재산을 챙겨 도망쳤다. 심지어 집안의 냄비, 그릇, 비누, 세제까지 놓치지 않고 전부 훔쳐갔다.
그런데 지금, 재벌 그룹 대표가 갑자기 그녀와 결혼하자고 했고 그녀의 오빠 치료비까지 대주겠다고 했다. 그 대가로 그녀는 그저 아내 역할만 하면 된다.
너무 좋은 조건이라 ,이게 함정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옆에 있던 이 비서가 김신우를 도와 입을 열었다. "서 아가씨,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계약은 아가씨에게 이득만 있을 뿐, 손해는 없을 겁니다."
서하은은 이 비서의 얼굴에 '재벌 가문의 일은 묻지 않는 게 좋다'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에게 딸이 한 명 있어. 넌 내 딸을 돌봐주면 돼." 김신우는 서하은의 반응을 살폈다.
서하은은 그리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그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그녀는 거래는 곧 가치교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비서가 서류를 건넸다. "서 아가씨, 저희의 성의를 보여드리기 위해 아가씨 오빠의 병원비 10억 원을 미리 지불했습니다. 이건 영수증입니다."
"이 돈이면, 어젯밤에 아가씨를 괴롭힌 남자가 당분간 아가씨를 괴롭히지 못할 겁니다."
병원 도장을 본 서하은은 마음이 흔들렸다.
'10억! 오빠가 중환자실에서 깨어날 때까지 버틸 수 있어.'
그녀의 오빠는 치매로 앓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오빠를 치료할 수 있는 유명한 의사를 찾고 싶었다. '김신우가 도와준다면 의사를 찾는 일 쯤은 쉽게 해결 할 수 있어.'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펜을 집어 들었다. "계약서는 어디에 있어요? 지금 바로 사인할게요."
그녀는 김신우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걸 선호하고 사람을 협박하는 걸 즐기는 사림인 것 같았다.
결혼 계약서 내용은 간단했다. 기한은 3년, 김신우는 매달 생활비로 서하은에게 최소 2억 원을 주어야 하고 당분간 결혼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계약 내용을 변경하려면 두 사람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조항도 있었다.
서하은은 계약서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고 바로 사인했다.
그녀는 계약서 맨 마지막에 김신우가 이혼을 동의하지 않으면, 결혼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된다는 추가 조항이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오로지 한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 '빚이 2억에서 12억으로 늘어 났어...'
그녀는 빚을 갚기 위해선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았다.
김신우는 계약서를 집어 이 비서에게 건네며 금고에 보관하라고 지시했다. "신분증은 챙겼어?"
서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지금 당장 혼인신고 하러 가." 김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회차 3
서하은은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기 전, 김신우는 그녀를 유명 연예인들이 다니는 샵으로 데려가 스타일링을 받게 했다.
서하은은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김송이에게 대체 결혼 소식을 말할까, 말까?' 만약 김송이에게 알린다면, 김송이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일을 김송이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김송이는 더 분노 할 것이다.
서하은이 고민에 잠겨 있을 때, 김송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김송이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하은 언니, 지금 어디야? 내가 아빠 카드를 훔쳐서 언니의 오빠 병원비를 냈어. 그러니까 제발 내 새엄마가 되어줘."
서하은은 황급히 휴대폰을 가리고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통유리 창문 앞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아빠 카드를 훔쳤다고? 빨리 원래 자리에 갖다 놔. 네 아빠가 또 너를 한 달 동안 출근하지 못하게 할지도 몰라."
김송이는 이제 20살이고 막 성인이 된 그녀는 회사의 가장 어린 모델이다. 서하은은 김송이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두 사람은 말 못할 고민도 서슴없이 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매우 좋았다.
최근 김송이는 그녀더러 자신의 새엄마가 되어달라고 계속 졸랐지만, 서하은 정말이지 도와 줄 수 없었다.
김송이는 울먹이며 애교를 부렸다. "싫어! 제발 부탁이야 하은 언니, 언니도 내가 악독한 새엄마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이복동생한테 재산을 빼앗겨 길거리에 나앉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잖아..."
서하은은 마음이 약해졌다.
그녀는 지금 김송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김송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김신우가 준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일단 김신우에게서 돈을 빌리는 셈 치고 나중에 천천히 갚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씁쓸한 감정을 뒤로하고 김송이를 위로했다. "송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급한 일을 마무리하면 함께 방법을 찾아 보자."
VIP 접대실.
소파에 앉은 김신우는 차분하게 커피를 마셨다.
스타일링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김송이는 김신우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다가갔다. "아빠! 아빠가 왜 여기에 있어? 아빠는 소개팅 할 때도 꾸미지 않잖아."
김신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혼인신고 하려고."
"뭐?" 김송이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누구랑? 뭐하는 여자야!? 몇 살인데? 아빠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여자 아니야?"
김신우는 눈꺼풀조차 들어 올리지 않았다. "그 여자는 돈이 필요하고, 나는 돈이 많아. 잘 어울려."
김송이는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었다. "몰라! 난 반대야! 아빠는 내 절친과 결혼해야 해! 내 절친은 똑똑하고 능력도 있고, 나한테도 잘해 준다고!"
김신우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거절할게."
김송이는 바로 협박했다. "아빠! 정말 그 여자랑 결혼하기만 해봐! 1주일도 안 돼서 그 여자를 우리 집에 들어 올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괴롭힐 테니까!"
"훔쳐간 내 카드나 돌려줘." 김신우는 눈을 들어 김송이를 쳐다봤다.
김송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울상을 지으며 김신우를 설득했다. "아빠, 새엄마들이 전처의 자녀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 어떻게 나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결혼할 수 있어?"
그때, 서하은이 계단을 내려왔다.
그녀의 순백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가 어깨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부드러우면서도 깨끗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신우는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가 직접 고른 드레스는 서하은에게 너무나 잘 어울렸다.
김송이는 서하은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하은 언니!"
"송이야!" 서하은도 역시 놀란 눈치였다.
그녀는 김송이가 왜 김신우의 곁에 있는지 몰랐다.
'설마 김신우가 김송이의 오빠일까?'
김신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두 사람 아는 사이야?"
"응, 내 절친이야." 김송이는 자랑스럽게 김신우에게 서하은을 소개해 줬다.
김신우는 잠시 멈칫했다.
전에 김송이는 그의 앞에서 여러 번 자신의 절친을 언급했다. 하지만 김송이가 절친과의 식사 자리에 그를 초대할 때마다, 그는 번번히 거절했다.
만약 그가 일찍 김송이의 초대에 응했다면, 서하은이 일찍 그와 결혼 했을지도 모른다.
서하은은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채지 못하고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김송이의 곁에 선 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송이야, 미안해. 김 대표님이 돈을 너무 많은 돈을 주셔서, 김 대표님과 결혼해야 할 것 같아."
김송이는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나 줬는데?"
서하은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오빠 병원비 10억을 대신 내주고, 매달 나한테 최소한 2억씩 주기로 했어."
김송이는 갑자기 화를 내며 김신우를 노려봤다. "아빠! 왜 내 용돈은 매달 많아야 2억인 건데!?"
"아빠?"
서하은은 자리에 멈춰 서서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김송이는 서하은의 손을 잡고 김신우에게 다가갔다. "하은 언니, 언니가 말한 김대표가 내 아빠야. 37살 골든 싱글남이지."
서하은은 김신우를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김 대표님."
'이럴 수가! 나랑 잔 사람이 절친의 아빠라니!'